정보사회에 대한 이론적 접근에서 제기되는 첫 번째 쟁점은, 정보사회가 자본주의적 산업사회에 뒤이어 출현한 새로운 부류의 사회인가 아니면 그 연장선상의 사회인가 하는 것이다. 각 진영의 주요 주장을 간추려보면, 발달한 정보통신기술의 사회 구성력과 발전 잠재력을 최대한 인정하는 갈래의 이론들은 새로운 사회로서의 정보사회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고, 정보 사회적 현상들의 추동력을 자본주의적 이윤 동기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거나 정보통신기술의 부정적 잠재력에 초점을 맞추는 갈래의 이론들은 정보사회를 종래의 사회와 연속선 위에 위치하는 사회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상치되는 이 두 가지 부류의 이론적 전망을 대하는 우리는 정보사회를 이론적 수준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들에 따라 볼 때, 필자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사실들에 대한 일정한 공감대의 형성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최종적인 명칭이야 어떠하든지 정보사회가 자본주의사회라는 점을 우선 인정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이는 정보사회와 이전 사회 간의 단절을 역설하는 논자들, 즉 정보사회의 역사적 독자성을 강조하는 통상적인 정보사회 이론가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사항이라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런 범주에 속하는 이론들은 정보사회를 산업사회에 이어 획기적인 기술혁신에 기반하여 탄생한 한 단계 진전된 새로운 사회형태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대체로 정보사회의 자본주의적 규정성을 희석하고 현재 사회와 미래를 낙관 일변도로 전망하는 편향성을 띠기 쉽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보사회에서의 정보의 상품화에 따른 계급 간, 지역 간, 국가 간 정보 불평등의 문제나 발달한 정보기술을 활용한 전자 감시사회의 문제 등을 과소평가하기 쉽고 이에 따라 이를 올바로 포착, 개선해 가려는 우리의 의지와 노력 또한 둔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점을 경계하여, 이른바 정보사회 또한 자본주의사회의 틀 속에서 작동한다는 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 아래 정보 자본주의 사회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자본주의적 병리를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감시체계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보완과 확대의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됨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축적돼 온 정보사회론들은 새로운 역사적 사회로서의 정보사회라는 거시적, 추상적 틀을 제시할 뿐, 앞서 지적한 측면들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적, 이론적 탐구성과는 아직 제대로 내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회변동과정에서 정보사회의 독자적 위상을 강조하려는 정보사회론이 보다 더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런 측면들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의 활성화라는 연구과제가 일차적으로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의 개별적인 연구성과들을 집적해 가면서 또한 이를 정보사회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거시적인 이론 특과 접목해 가야 한다는 이론적 추상화 작업의 과제도 여기서는 제기된다. 정보사회에 관한 이론적 논의에서 또 한 가지 짚어보아야 할 쟁점은 경험적인 현실 세계와 컴퓨터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사이버스페이스의 관계이다. 인터넷과 PC통신 등의 확산으로 컴퓨터를 매개로 새로운 의사소통의 장이 열렸고 다양하고 무수한 정보들의 신속 정확한 처리가 가능해졌다. 더구나 컴퓨터 네트워크에 의한 사이버스페이스가 우리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의 폭은 교육, 문화, 정치, 경제 등과 같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으로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고 있다. 예컨대, 사이버스페이스의 사이버 서점, 사이버 쇼핑몰, 사이버 대학 등은 현실 세계에서의 시공의 제약 아래 잇는 우리의 인간관계와 활동을 부분적으로 대체해 주거나 보완해 줌으로써 생활상의 적잖은 편익을 주고 있다. 이렇듯 컴퓨터 네트워크가 우리의 일상적 삶과의 연계성을 다각도로 심화시켜 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대세이며 이런 점에서 사이버스페이스가 갖는 의미를 정보사회론은 충분히 반영해 가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응당 나옴 직한 보편적 접근이나 정보공동체의 형성 문제 등과 같은 쟁점들은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되어 왔다. 현실 적합성 있는 정보사회론을 구축하기 위한 이론적 작업의 기본 방향성 설정이란 관점에서 여기서는 한 가지 사항을 덧붙여 강조하고자 한다. 그것은 양자의 관계를 설정하고자 할 때 어디까지나 정보사회로서의 현실사회를 중심에 놓고 여기에 미치는 사이버스페이스의 영향을 이론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험적인 일상적 삶의 현장들에서 받게 되는 사이버스페이스의 전례 없는 영향력이 중요한 이론적 구성요소의 형태로 정보사회론에 부단히 용해되어 들어갈 때, 정보사회론은 더욱더 구체적이고 풍부한 현대사회이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향에서의 이론화 작업은 아직은 생경하게 비칠 수 있지만, 정보사회론의 현실 적합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지속해서 관심을 키워가야 할 연구 분야라고 생각된다. 통상적인 정보사회론의 쟁점으로 지목될 수 있는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정보사회론의 기술 편향적 사회변동 관인 듯하다. 토플러나 벨의 논의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독자적인 정보사회의 성립을 강변하는 이면에는 사회변화의 추동력으로서의 기술 주도성에 대한 인식이 전제되어 있음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벨의 주장에서 확인되듯이, 정보사회론자들이 한결같이 기술결정론에 따라 정보사회를 도출해 내는 것은 아니다. 벨은 경제영역에서의 기술 발달에 따른 정보사회의 도래와 그 장점들을 지적하면서도 경제 영역과는 별도로 문화와 정체의 영역을 상정함으로써 기술만 가지고는 결코 유토피아를 만들 수 없다는 자신의 관점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말하자면, 기술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해당 사회의 문화와 그 구성원들의 집합적인 의지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정보사회론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벨이 시사하는 것처럼 정보사회의 기술적 맥락과 문화적 정치적 맥락의 관계를 이론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일련의 이론적 쟁점과 과제들은 정보사회에 관한 논의들이 날로 무성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보사회에 관한 이론적 자원들은 외양과는 달리 아직 미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를 메우기 위한 이론적 작업 또한 가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정보사회론이 안고 있는 이러한 취약성을 보강하는 작업은 이 분야의 전문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정보사회를 보다 잘 이해해 보고자 하는 우리들도 함께 고민하며 풀어가야 할 공동의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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