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론의 마지막 사항으로 이제 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의 양면성을 검토하고 이러한 충격에 대한 인간의 대응 또는 인간의 주체적 결정의 쟁점을 간추리기로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의 기술혁신이 인간에게 가져다준 결과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양면을 다 지닌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먼저 긍정적인 것부터 시작하여 부정적인 것을 차례로 살펴보자. 첫째, 역시 기술은 인간의 경제적인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역사상의 주요 기술혁신은 생산성을 제고시키고 일상생활의 갖가지 편익을 제공하는 기기나 연모들의 등장을 초래하여 삶에 도움을 주었다. 일반적인 생활 수준을 향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식생활의 변화를 가져온 생물학, 농학 등의 발전을 위시하여, 가사를 위한 각종 기기라든가 교통통신 수단의 발달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삶을 편리하도록 해준 것이 기술혁신이다. 둘째, 기술혁신은 단순히 경제적인 삶뿐 아니라 생명 그 자체에 대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건강한 삶도 중요한 가치이며, 되도록 오래 살고자 하는 것도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기본욕구 중 으뜸가는 것이다. 특히 생명과학이라든지 의료보건과 관련된 기술의 혁신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데 크게 공헌한다. 셋째, 이와 같은 경제적 향상과 수명의 연장으로 인간은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각종 기기의 이용으로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생기므로 이제는 좀 더 심미적인 차원의 문화생활의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그러한 문화생활을 영위하고 즐기는 데에도 새로운 다중매체가 등장하였고 예술 활동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수단을 기술이 제공하게 되었다. 넷째, 새로운 기술과 그 응용이 나타나면 인간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여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새로운 고안물을 만들어서 기술 발달을 더 조장하는 효과를 자아내기도 한다. 기술혁신이 지니는 자가 추진력의 한 차원이라 할 것이다. 다섯째, 기술은 인간이 당면하였던 갖가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열쇠가 되어 주었다. 그러한 문제해결의 분야는 경제나 물질생활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문화의 전반에 걸쳐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섯째, 기술의 발달은 인간에게 선택 가능성의 문을 더욱 넓게 활짝 열어주는 요인이다. 사실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정일 수 있지만, 그러한 상상력에도 불구하고 그 꿈이 실현을 보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인간에게 아무런 혜택을 줄 수가 없는데, 일단 그 아이디어가 기술혁신으로 결실을 볼 때는 인간이 전혀 얻어낼 수 없었던 이상을 손에 거머쥘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인간의 여러 가지 가치들을 실현하는 데에 적극적인 기여를 해오고 있는 것이 기술혁신이다. 그러나, 기술의 부정적인 결과도 만만치가 않다. 첫째, 경제적 생산성의 향상과 물질생활의 풍요를 기약하는 기술혁신은 그 응용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인간의 삶의 질적인 측면에 타격을 주고 있다.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공업화와 그에 따른 생활 수준의 향상은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공해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새로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악순환의 가능성도 있다. 둘째, 자연과의 관계에서 일단은 자연을 파악하고 이용하려는 수단인 기술은 환경공해뿐 아니라 생명 자체를 위협하는 위력도 발휘할 수 있다. 표면상 살상 무기나 전 지구를 한순간에 소멸시킬 수 있는 핵무기 같은 것을 비롯하여, 생명공학의 응용 과정에서나 의학 기술의 시술 과정에서 잠재적으로 생명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셋째, 이처럼 자연과 생명에 관련될 때 기술의 활용에는 윤리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을 개연성이 더 커지고 있다. 더구나 생명복제와 같은 기술적 성과는 심각한 도전이라 할 것이다. 넷째, 기술혁신으로 갖가지 가능성과 실질적인 혜택이 생기면, 욕구를 가진 인간은 견물생심이 시사하듯 더 많은 욕구를 더 크게 충족시키고자 하며 새로운 욕구를 자극받기도 한다. 그리하여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고 자연을 손상하는 쪽으로 흐르기 쉽다. 다섯째, 기술 변동과 사회변동의 관계를 고찰할 때 또 한 가지 주목할 사항은, 대개 기술혁신이 일어나서 그것을 응용한 갖가지 변화가 기술 쪽에서는 일어나는데 인간과 사회와 문화가 이러한 변화에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문화 지체 현상이다. Ogburn에 의하면, 기술과 사회구조는 넓은 뜻의 문화를 구성하는 부분 요소들인데, 이들 부분이 서로 적응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 부분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다른 부분에서는 이에 적절히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문화 지체가 일어나고, 그로 인한 적응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여섯째, 기술혁신은 일종의 계획변동이라 할 수 있는데, 대체로 어떤 결과를 먼저 예상하고 변화를 도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계획변동이 수반하는 한 가지 어려움은 어떤 변화든 사람이 의도하던 대로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일어날 개연성도 항상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이른바 의도하지 않은 결과 혹은 예기하지 않았던 변화라고 한다. 기술혁신의 결과도 반드시 예측했던 대로 전개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원리를 생각하면 우리는 이에 대처하여야 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곱째, 요컨대 기술 또는 기술의 혁신은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한편,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소지도 함께 안고 있는 현상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선택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하지만, 결단을 내려야 할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는 맥락에서는 인간의 선택에 한계를 부과하기도 한다. 결국, 여기에서 우리는 기술과 관련하여 인간의 주체적인 선택과 결단의 중요성을 읽게 된다. 현대의 기술혁신은 이미 인간의 주체적인 선택과 결단의 중요성을 읽게 된다. 현대의 기술혁신은 이미 인간의 손을 떠난 것처럼 보일 만큼 그자가 추진력이 강하고 가속도를 더해 가며 진전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그 사회적 인간적 효과 역시 폭과 깊이가 상상을 넘는 수준으로 증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치 기술이 모든 인간 문제를 해결해 줄 구세주라든가 아니면 모든 인간비극의 원천인 원흉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은 금물이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수단이다. 다시 Bell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면, "기술은 생명을 가진 것도 물체도 아닌 하나의 도구일 뿐이며, 어떤 도구나 마찬가지로 좋은 일에나, 나쁜 일에나 모두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 사용의 주체는 바로 인간이며, 인간의 이해 관심과 욕구에서 출발하여 이를 조절하고 방향 짓는 가치관과 규범적 판단으로 기술의 이용을 결정해야 하는 짐을 인간이 지고 있다. 인간의 결정과 관련해서 우리는 기술혁신을 이용하고자 할 때의 자세에 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기술을 하나의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목적이 뚜렷해야 하고 그 목적과 목표는 인간의 삶을 향상하고자 하는 것이어야 하며 도덕적, 윤리적, 생태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 둘째, 우리가 기술을 적절하게 이용하려 할 때는 그러한 규범적인 고려에 덧붙여 문화적인 문제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위에서 문화 지체라든가 문화적 준비 태세 등에 관하여 언급하였듯이, 아무리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서 유용성이 충분하다 해도 그것을 받아들일 태세가 미흡하든가, 그러한 변화에 걸맞은 가치 의식, 행동유형, 제도와 법률 등을 알맞은 시간 안에 변경하는 적응을 하지 못하면 기술혁신의 유용되는 저절로 반감되는 수밖에 없다. 셋째, 그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기술 이용의 결과에 대한 철저한 예측과 평가가 불가결하다. 더군다나 변화의 시도가 언제든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예측과 평가는 더욱 중요한 사항으로 떠오른다. 그런데다, 앞으로 일어날 기술혁신은 갈수록 빠른 속도로 일어나 그 충격 또한 과거에 비견할 수 없는 정도가 될 전망이므로, 이러한 예비적 대응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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