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보 기술혁명을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보란 무엇인가의 문제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보에 대한 이해는 매우 다양한 관점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정보공학의 시각에서 보면 정보는 잡음을 배제한 메시지 신호나 불확실성의 감소이며, 물리학적인 의미에서의 정보는 질서의 상황을 재는 척도로도 정의된다. 다른 한편 생물학에서는 정보를 의미할 때 주로 유전정보나 신경 정보, 혹은 감각 정보를 지칭한다. 다른 한편 인문과학, 혹은 사회과학에서는 정보를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는 것, 구별이 가능하고 차이가 있는 것, 사물의 내력을 알 수 있는 것, 혹은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어떤 것으로 본다. 정보의 개념이 이처럼 포괄적이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접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유전정보나 전기적 정보, 각종 뉴스, 책의 내용, 컴퓨터, 소설, 만화, 건물을 포함해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 자체가 정보를 전달하거나 포함하고 있거나, 혹은 정보를 구현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신문이나 회화, 댄스 등 그 속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으면 모두 정보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정보는 여러 곳에서 다양한 양식으로 전개되면서 돌아다닌다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박경리의 토지는 소설이면서 드라마로 재현되었다. 이처럼 정보는 미디어를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양식으로 변화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정보는 여러 종류의 옷을 갈아입고 여러 곳에 실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정보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되고 덧붙여지며 재해석되고, 이 과정의 게임이나 규칙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보는 인간 개체와는 구분되는 나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정보에 대해 이루어진 많은 정의들을 종합할 때 이에 대해 가장 그럴듯한 접근의 하나는 정보를 어떤 지향성을 지는 독립적 개체들에 대해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면서 개체들 상호 간의 소통성을 증가시키고, 구분을 유지하며,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시키면서 이어가는 어떤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해는 정보를 주로 그 기능적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다. 그 대표적인 기능으로 불확실성 감소의 예를 들어보자. 만약 여러분이 오늘이 토요일인 것을 알고 있을 때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토요일이라는 것을 알려준다면 여러분이 얻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 반대로 여러분이 토요일이라는 것을 모르는데 누군가가 토요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면 여러분은 정보를 얻는 셈인 것이다. 이 예에서 동일한 사실이 어떤 경우에는 정보가 되고 어떤 경우에는 정보가 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여러분에 대해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였는가에 달려 있다. 다름으로 정보의 중요한 기능인 소통성의 증가를 보자. 소통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정보는 처음부터 어떤 지향성을 지닌 주체가 불확실한 환경에 대해 얻고자 하는 어떤 인식, 혹은 복수의 주체들이 함께 특정한 목적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협력을 위해 소통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의사소통이 없다면 정보의 의미는 없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보는 그 자체에 소통성을 갖고 있다. 정보의 소통성은 송신자와 수신자 간에 존재하는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정보는 송신자와 수신자 간의 소통성이 증가함에 따라 가치를 증가시키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소통성은 그 자체로서 어떤 지향성을 지닌 행위자나 대상의 구분을 요구한다. 구분은 그 자체로 정보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되고 덧붙여지며 재해석되고, 이 과정의 게임이나 규칙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보는 인간 개체와는 구분되는 나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정보가 갖는 중요한 속성의 하나는 그 자체의 지속성이다. 이는 정보가 지향성을 지닌 개별 행위자들의 생물학적 존재 시간을 뛰어넘는 자체의 시간과 생명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보의 자체 생명력은 개체를 매개로 이루어지지만, 그것은 개체의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넘어서 전달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보는 자체의 시간과 공간을 갖는 존재이며, 또한 그 형태는 지극히 다양하고, 존재 방식은 극도로 유연하다. 이러한 유연성에도 불구하고 정보가 소통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해석할 수 있는 공통의 규칙 체계, 판독기, 혹은 표준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소통성의 관점에서 볼 때 정보화란 어떠한 현상을 가리키는가? 정보의 정의와 성격을 고려해 볼 때 정보화란 인간들 사이의 소통성이 획기적으로 증대하고 이들 통해 우리가 접하는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능력이 증대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정보의 절대량, 이를 처리하는 속도와 능력의 증대, 처리비용의 감소, 그리고 정보원들 간의 상호작용 증대를 통한 소통성 증가 등을 의미한다. 인간이 이러한 능력들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을 때 불확실한 상황이나 대상에 대한 대처, 혹은 통제 능력은 크게 증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의 절대량이 많고, 이를 처리하고 가공할 수 있는 속도와 능력이 향상되면서, 이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어떤 기술이 바로 정보기술이며, 이러한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정보 기술혁명인 것이다. 정보 기술혁명은 곧 대량의 정보를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인간 능력의 획기적 신장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은 주로 인간의 두뇌에 의해 담당 되어 왔다. 우수한 두뇌를 가진 사람은 두뇌를 구성하는 건강한 신경세포들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세포들이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연결고리들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고 인구가 증가하며, 사람들 간의 교류가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두뇌에 의존하는 정보처리방식은 곧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인간의 지적 능력, 정보의 처리능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고, 이를 보조할 수 있는 기계적 장치의 필요성은 인류 역사의 진화와 함께 계속되어 온 것이지만, 금세기의 산업혁명이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접어들면서 더욱 커졌다. 특히 사회구조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인구통계의 처리 등 전체 사회적, 국가적 수준에서의 신속한 정보처리와 통제 능력의 증대 필요성은 빠르고 정확한 계산능력을 지닌 기계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급속하게 증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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