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정보기술의 발전을 기계적 측면에서 보았다. 그러나 정보기술의 진화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인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함께 보아야만 한다. 좁은 의미의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시스템에서의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인간의 지적 활동을 통해 생산된 프로그램들을 통칭하지만, 넓은 의미의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모든 문서 및 그 사용법, 그리고 컴퓨터를 통해 나타나는 유형, 무형의 정보처리 방법들을 모두 지칭한다. 하드웨어가 인간의 육체라면 소프트웨어는 그 정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보 기술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 사람들은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분리해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 소프트웨어는 기계의 특수한 부분 정도로만 간주하였다. 50년대 상업적 컴퓨터가 처음 도입되고 70년대 후반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기초를 둔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까지 소프트웨어는 소수의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고, 이들은 자신들의 특허권을 기초로 설계한 기계에 대해서만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였다. 이들은 특정한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작된 하드웨어에 대해 제한적 용도의 소프트웨어만을 프로그래밍해 왔고, 이와 관련된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하였다. 그러나 60년대 중반부터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분리된 독자적인 사장을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1964년 IBM사는 시스템 360 모델을 발표하면서 같은 기술 표준에 기반한 컴퓨터들에 대해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함으로써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비용을 낮추고, 어느 컴퓨터에서나 작동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들의 개발을 촉진코자 하였다. 1969년 IBM은 드디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판매를 분리함으로써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와 구분되는 독자적인 제품으로 상품화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아직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제품의 개발과 서비스는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7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 향상, 이에 기반한 개인용 컴퓨터의 개발은 새로운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고, 곧이어 수천 개의 새로운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다. 컴퓨터의 계산 속도와 기계적 성능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IBM사는 이 때문에 개인용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마이크로 소프트라는 조그만 회사에 일임했고, 이 회사가 만들어낸 컴퓨터의 운영 체계인 DOS를 자사의 컴퓨터 운영 체계로 채택하였다. 새로운 개인용 컴퓨터 운영체제의 개발은 하드웨어 및 그 제조업체로부터 독립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들에 의해 주도되는 전혀 새로운 산업을 향한 거대한 출발점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로터스,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개인용 컴퓨터에 기반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들에 대한 폭발적 수요에 대응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였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컴퓨터의 모든 기계적 작동 방식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되었다. 전 세계 2억 대에 육박하는 개인용 컴퓨터의 운영 체계와 응용프로그램들을 지배하는 이 회사는 급기야 IBM을 물리치고 컴퓨터 산업의 진정한 빅브라더가 되었고, 21세기의 인류는 이 회사가 만들어 놓은 정보의 그물망을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게 된 것이다.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컴퓨터는 여러 대의 개인용 컴퓨터와 워크스테이션, 그리고 대형 컴퓨터가 연결되면서 거대한 네트워크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과거 대형 컴퓨터에서 행해지던 중앙 집중적 작업을 수많은 개인 사용자들로 분산하는 것을 가능케 하였고, 이에 따라 분산된 컴퓨터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이나 운영체제의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소프트웨어의 진화 역시 네트워크상의 다양한 사용자들을 더 수비고 편리하게 연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이와 함께 기술적 복잡성이 커지고 정보처리 비용 감소에 대한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고객의 수요에 따른 정보 시스템 구축산업 역시 많이 증가하였다. 90년대 초반에 이르면서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에 버금가는 세계적 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90년대 초반의 5년간 소프트웨어 시장은 거의 70% 가까운 고속 성장을 보였고, 이 시장 가운데 56%를 미국이 차지하게 되었다. 과거 하드웨어의 생산에 의존하던 많은 기업도 더 높은 이윤과 성장성을 보장해 주는 소프트웨어 산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고, 이 분야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은 기업 차원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핵심과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정보사회의 이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보 기술의 성격 (0) | 2022.05.26 |
---|---|
컴퓨터 네트워크와 인터넷의 진화 (0) | 2022.05.25 |
정보 기술의 발전 (0) | 2022.05.23 |
정보와 정보 혁명 (0) | 2022.05.22 |
정보 사회에 대한 이론적 접근 (0) | 2022.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