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의 이해

기술 혁신의 사회 문화적 결과

Oliver_Twist 2022. 5. 19. 17:36
기술혁신 또는 기술 변동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본다. 사회문화적 요인을 검토하면서 문화결정론을 소개하였거니와, 여기에서도 기술결정론을 내세우는 관점이 있다. 인류의 문명사를 돌이켜 보면, 제1차 농업혁명을 필두로 하여 산업혁명 그리고 오늘날의 정보통신 혁명과 같은 참으로 엄청난 기술의 혁신이 일어남으로써 인간의 사회문화적인 삶이 근본적으로 변용, 변질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따라서 기술의 위력이야말로 문화의 어느 요소보다도 크다는 인식에서 당연히 극단적인 기술결정론의 관점을 취하기가 십상이다. 가령 Marx의 유물론적 결정론이 초기의 한 대표적인 보기가 되겠지만, 사실 Marx는 그렇게 극단적인 결정론자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대사회에 이르러 기술혁신의 충격이 상상외로 큰 데 착안한 학자들이 이런 결정론적인 견해를 편다. 예를 들어, Ogburn 같은 사회학자는 물질적인 발명, 즉 기술혁신이 사회문화적 변동의 추동 메커니즘으로서 사회문화적 진화의 주요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기술이든 점진적이지만 전폭적으로 새로운 인간의 환경을 창조한다"고 갈파한 McLuhan은 기술은 규모가 크고 무게 있는 변동을 야기시키는 힘일 뿐 아니라 실은 사회에 변동을 어김없이 일으키는 불가항력의 힘으로 작용한다고까지 극단적인 생각을 편다.
사실, 현대사회에 오면서 기술이 일종의 제도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기술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현대기술의 성장과 개발은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기기의 발명, 새로운 사회조직의 창출에 이르기까지 삶의 어느 한구석 손길이 닿지 않는 데가 없는 경지에 이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말하자면, 인간 생활의 총체를 기술이 좌우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Ellul 같은 사람은 아예 "우리의 문명이 기술에 의하여 구축되고 기술을 위하여 구성되며 그 자체 배타적으로 철저히 기술이다."라는 말을 할 정도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의 힘이 크다고 해도 그처럼 완벽하게 모든 사회변동이 기술에 의해서만 일어난다는 생각은 무리다. 이러한 견해에 대한 경계하는 뜻에서 우리는 Bell의 조심스러운 관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는 "기술이 사회변동을 결정하지 않는다. 기술은 갖가지 수단과 잠재적 가능성을 제고 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기술은 일하기 위한 수단이지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최종적인 결과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는데, 그러나 사람들은 기술의 개념을 잘못 사용하고 있으며, 기술을 소위 인격화시키고, 기술을 생명이 있는 물체로 보고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오히려 우리가 관심을 두어야 할 사항은 사회변동을 촉진하는 주요인의 하나로서 기술이 어떤 부문에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사회변동을 일으키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일이다. 정보사회에 대한 이해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하거니와, 일반적으로 기술혁신이 사회변동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개략적으로 고찰한다. 첫째, 기술혁신은 현존하는 기술 자체를 대치하고 변형시켜서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이른바 기술 변동의 자가 추진력의 반영이다. 한 번 기술혁신이 일어나면, 인간이 하는 일임에도, 거의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기술 스스로가 변화를 지속하고 가속하는 성향을 드러낸다. 둘째, 기술혁신이 사회변동에 가장 직접적으로 작동하는 영역은 역시 인간의 생산활동 혹은 경제 부문이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통신 혁명 등의 역사적 경험은 바로 이처럼 경제생산 분야에서 기술이 초래한 근본적인 변화를 가리킨다. 셋째, 생산활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기술 변동은 일과 직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노동과정이 변질하며, 직무의 성격이 변하는 것도 기술혁신의 주요 결과다. 넷째, 산업구조와 직업 활동이 달라짐으로써 인구의 증가와 구성 및 생태적 분포에 변화가 오고 인간의 사회생활의 공간적 조직인 지역공동체의 모습이 달라진다. 주로 도시화를 촉진했고 앞으로는 탈도시화 내지 전 사회의 도시화를 부추길 소지가 있다. 다섯째, 기술 변동은 인간의 조직 생활의 유형과 특성을 변질시킨다. 농업혁명으로 도시가 발생하고 거기에서 관료조직체가 생성하였지만, 공업화 과정에서는 대량생산을 위한 대규모 관료조직체가 번성하기 시작하였고, 미래 정보사회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관료조직체의 해체를 점치기도 한다. 도시화와 조직체의 대규모화는 동시에 사회의 대규모화를 가져와 대중사회의 형성을 도왔다. 여섯째, 기술혁신으로 경제생활과 조직 생활이 바뀌면서 사회의 여러 제도도 변신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현대의 기술 변동으로 가장 심각한 변화를 겪어야 했던 제도는 가족이다. 현대 기술의 혁신이 가족에게 안겨준 충격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지만, 대표적인 보기만을 들면, 직업이 달라지고 특히 여성이 취업하는 기회가 넓어지면서 부부간의 관계는 물론 부모 자녀 사이의 관계와 가족 내 권위구조, 가사 분업 등에서도 상당히 근본적인 변화들이 일고 있다. 그 밖에도 교육, 종교, 정치제도에 다양한 변화를 초래하였으며, 후생 복지, 여가 오락, 대중통신 등 새로운 제도를 파생시키는 데도 기여하였다. 일곱째, 기술혁신으로 산업과 직업에 변화가 옴으로써 그 여파가 사회계층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의 신분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계급구조가 형성되면서 불평등의 완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천하고 있다. 특히 산업혁명 이래로 블루칼라 근로자의 증가로 노동자계급이 팽창하는 동시에 화이트칼라 직종과 전문기술직의 증대로 중간계급이 또한 확대하면서 각 계급 내부의 분화도 심화하는 추세다. 여기에 정보화가 겹치면 또 새로운 계급구조의 형성이 가능할 것이다. 여덟째, 기술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사회관계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직접적으로 기술을 다루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술혁신으로 말미암아 직장 내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사회적 상호작용과 인간관계에 변화가 오고, 가족관계의 변질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 유지해야 하고, 도시와 대중사회 등 대규모 사회 내에서 사람들이 참여하는 상호작용의 성격도 변질한다. 아홉째, 기술의 변화로 사람들의 인지구조, 상징체계, 세계관, 이데올로기 등이 바뀐다. 과학에 대한 신봉과 아울러 자연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기술에 대한 맹신으로 기술 자체가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변질하며, 기술력의 향상과 생산성과 근로자에 대한 보상 사이에 괴리가 생김으로써 노동자 계급의 의식화가 촉진되는 등 그 여파는 인지적 경험적 문화에까지 심각하다. 열째, 결국 기술은 인간의 가치관과 사회적 가치지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과학기술 만능주의에 물질 지상주의를 조장하는 성향이 있다 여기에 자본주의적 경제체제와 관료제가 결부될 때는 각자의 이익 추구와 쾌락주의로 흘러 소위 일차원적 인간으로 변신하고, 거대조직체의 조직인으로서 왜소해진 자기 모습에 소외를 느끼며, 급기야는 이른바 고향 잃은 마음들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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