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도들에게 가장 관심 있는 주제의 하나는 사회변동이다. 사회는 어떻게 해서 생겨났으며 어떤 원리로 질서와 조직을 갖게 되고, 그런 것이 왜, 어떻게 변하는가 이런 질문을 다루는 것이 사회학의 기본 과제이다. 그중에서도 사회변동은 제일 이해하기 어려운 사항인 만큼 그에 대한 흥미도 가장 큰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사회변동은 시간의 지평 위에서 과거에 어떤 사회가 왜, 어떻게 하여 오늘의 사회로 생성 변천해 왔는가를 다루는 사회학의 주요 테마다. 우리가 정보사회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것도 알고 보면 바로 이러한 사회변동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한다. 그런데, 정보사회에 관하여 알고자 하는 동기의 이면에는 단순한 변화에 대한 호기심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관심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 시대의 특성으로 볼 때, 정보사회는 역사가 별로 오랜 사회의 유형이 아니고 아주 근래에 등장한 것이기 때문에 과거에 대해서 우리가 할 말은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급격하게 일어나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급속도로 생성하고 있는 정보사회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하는 쟁점이 더 심각하다. 실제로, 정보사회 또는 그와 유사한 개념으로 특징짓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논의는 주로 미래 연구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던 것도 그런 연유이다. 물론, 인간은 태곳적부터 항상 미래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무척 애를 써왔다. 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간이므로 매우 불확실하고, 따라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너무도 불안하기 때문에 더욱더 궁금한 것이다. 우리가 사회변동의 원리에 관한 이해를 얻고자 하는 데에는 사실 미지의 세계인 미래를 예측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해도 좋다. 지금까지 일어난 변화를 더듬어 그 이치를 깨닫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일이 전개될지를 예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정보사회에 대한 이해를 얻고자 할 때 제기하는 기본적인 물음은 정보사회가 어떻게 생성하여 왔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하겠느냐는 물음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사회변동에 대한 물음인 동시에 미래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거기에 대답하자면 사회변동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하고 유용할 터이므로 우선 사회변동에 관한 사회학적 관점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다만, 정보사회는 어차피 정보화라는 기술혁신의 과정에서 생성 전개하는 형태의 사회이기 때문에, 사회변동론 전부를 취급할 필요는 없고 주로 기술 변동과 관련시키는 관점에서 살펴보는 접근으로 한정시키고자 한다. 그런 뜻에서 우선 사회변동의 원인 내지 원천에 관한 이해부터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회변동은 왜 일어나는가. 인간사회의 변화는 실로 다양한 원인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므로 그들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오히려 혼란만 일으켜 이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사회학에서 일반적으로 지적하는 주요 범주의 요인들만 소개한다. 물리적 환경의 변화에 인간이 적응하기 위해서 사회의 규범과 조직과 제도 등을 바꾸고 고칠 수 있다. 물리적 환경의 변화는 우주와 지구의 자연스러운 변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환경 자체의 작용으로 생기는 것도 있지만, 인간의 개입으로 인한 자연환경의 변질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변화도 있다. 여기에는 과학기술의 개입이 주요인이 된다. 인구의 크기, 밀도, 구성 및 분포에서 일어나는 변화도 사회변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간 생활의 물질적, 경제적 바탕이 변하게 되면 사회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생산활동과 관련하여 과학과 기술의 혁신과 개발이 극적인 사회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중 기술혁신과 사회변동의 문제는 이제 곧 더 자세히 고찰할 것이다. 종교, 철학, 가치관, 의식, 신념, 이데올로기, 문학예술 등의 문화적 요인도 사회변동을 일으키는 데 기여한다. 정치적 선택이나 정치제도와 체제의 병력으로 사회가 변할 수밖에 없을 때가 많다. 경제와 기술, 문화 및 정치 부문의 변화가 일어나는 양상은 발견과 발명을 포함하는 내재적인 혁신일 수도 있고, 혹은 외부로부터 전파에 의하여 유입한 요소가 변화의 주요인이 되는 문화접변일 수도 있다. 사회의 구조적 특징에서 자생적으로 사회변동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사회의 자원과 희소가치를 배분하고 향유하는 조직원리로서 생겨난 사회의 계층적 분화가 불공정한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형성하였을 때 이를 둘러싼 계층 간의 갈등이 사회변동을 야기시킬 수 있다. 사회의 내재적 변동요인으로 사회화 과정 자체를 빼놓을 수 없다. 사회화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문화를 미래로 전승시키는 노력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는 기존 규범에서 일탈하거나 개인과 집단의 편차 때문에 변화를 일으킬 여지가 항상 깃들여 있어서 사회는 끊임없이 변하게 마련이다. 특별히 사회화가 완벽한 과거 문화의 전승으로 끝나지 않는 데에는 젊은 세대의 성향이 작용한다. 젊은 세대 혹은 새세대는 언제나 기성세대의 문화를 고스란히 수용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함으로써 사회변동에 기여한다. 현대사회에서 특히 두드러진 현상은 인간이 의식적, 계획적으로 사회변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계획변동을 시도하는 예는 국가와 민간기업 및 시민사회 부분에서 허다하게 행해지고 있다. 사회변동은 사회 자체에 내재하는 구조적 혹은 과정적 요인 때문에 일어나는 내생적인 것이 있는 한편, 사회 외부의 원천 때문에 발생하는 외생적인 변동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가 하면, 인간이 직접 간접으로 개입, 작용해서 사회가 변할 수도 있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한 변동도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인간 외적인 요인이 작용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거기에 인간이 반드시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어떤 사회변동이든 결국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예는 없는 셈이다. 다시 말해서, 궁극적으로 모든 변화는 인간이 일으키는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 역시 인간에게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기술 변동과 사회변동을 고찰할 때는 특히 이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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