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을 CMC라고 한다. CMC에는 전자우편, 전자 토론, 채팅 등이 있다. 일반적 커뮤니케이션과 비교하여 정보공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덜 받으나, 말투나 몸짓 등의 표현이 배제된 문자 중심이며, 상대방을 모르는 상태에서 익명성을 기초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정보공간의 인간관계에서는 일반적 인간관계에서는 다소 보기 어려운 행동들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정보공간에서 자신을 덜 절제하고,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만, 보다 창의적인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정보공간의 인간관계가 무질서한 것은 아니며, 나름의 질서를 갖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일반적 관계망이 대체로 혈연, 지연, 학연 등 주어진 주변 환경에 의존하는 데 반해 정보공간의 관계망은 개인적인 관심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익명성으로 인해 정보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신분이나 지위와 같은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멀어진다. 정보공간에서는 사회적 맥락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를 덜 절제하게 된다. 또한 문자를 사용하여 자기 의사를 전달하기 때문에 표현의 기제가 부족하여 자칫 서로 감정을 상하기 쉽다. 따라서 정보공간에서 사람들은 감정의 절제가 약해지고, 언어가 거칠어지며, 상대방에 대한 비판이 심해지고, 적대적으로 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논쟁이라고 부른다. 논쟁이 장기화하거나 확산할 경우 토론그룹의 모더레이터나 시솝이 중재에 나서기로 하고, 논쟁을 일으키는 사용자의 접속을 막기도 한다. 대체로 어떤 권력이 동원되기 이전에 사람들이 귀찮아져서 토론에 응하지 않게 되기도 하고, 어떤 특정한 사람의 글을 무시하기도 하여 자연히 그런 논쟁이 잠잠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토론의 장을 떠나 그룹이 해체되기도 한다. 정보공간에서 개인의 신상에 관한 정보는 그 개인 자신이 제공하는 것이 전부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 대신 대화명과 같은 다른 이름을 사용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 실제의 세계에서는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용모, 성, 나이 등을 편의에 따라 실제의 자신과 다르게 묘사할 수 있다. 현재의 정보공간에는 성과 연령층이 매우 편향되어 있다. 정보공간을 방문하는 인구의 80% 이상이 남성이며, 이들은 대부분이 20대 전후의 젊은 연령층이다. 따라서 이들이 이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대화방이나 토론방에서는 대화의 흐름이 관심의 대상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여성의 등장은 방 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이유에서 때때로 정보공간에서 남성이 여성인 척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성을 바꾸는 문제는 머드 게임에서 극단적인 형태를 갖는다. MUD에 들어가면 참여자는 인물의 이름, 지위, 성 등을 선택하고 그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를 설명한다. 남자들은 여자가 MUD 게임에 참가하면 친절을 베풀기 때문에 간혹 남자가 여자인 척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에 관한 정보를 의식적으로 왜곡시키는 행위는 그러한 행위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인간관계에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관계의 규범은 자기 모습을 속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서로 신뢰해야 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신뢰는 서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형성되고, 상호이해는 서로가 자신을 솔직히 표현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개인적인 차원을 벗어나 집단의 차원에서 발생한다.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만남의 장 전체에 문제를 일으킨다. 모든 사람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람들은 상대방에게서 받은 신상정보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따라서 신뢰가 약한 CMC의 만남은 일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익명성이 늘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익명성은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용모에 약점이 있는 사람이나 말이 어눌한 편인 사람은 일상적인 대면 관계에서 갖는 열등감에서 벗어나 한층 더 편안하게 남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위계질서는 사람들의 행위를 규제한다. 익명성은 이러한 규제에서 사람들을 자유스럽게 하고, 수평적이며,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사람들은 CMC에서 자기를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시하는 편이며, 대면 관계의 경우보다 한층 더 수평적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정보 공간상에서 만들어지는 아이덴티티를 페르소나라고 부른다. 이 용어는 CMC에서 사람들의 모습은 실제 자신과 다른 대안적인 자신으로 실제와 유사한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베임은 대안적 자기 모습이 자신에 의해 적극적으로 창출된 것으로 자신에게 새로운 의사소통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자아는 실제 세계에서 자신이 경험하지 못하던 세계를 경험하고 실험하게 해준다. 한 예로 남성들이 성을 바꾸는 것은 남성이 여성에 대한 행위의 패턴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브루크만은 MUD에서 여성으로 자신을 설정했던 남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경험이 값진 것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그 남자는 여성들이 남성들에 대해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정보공간이 아이덴티티의 실험장이며 훈련장의 역할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MUD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마치 실제 마을에서 살듯이 정보공간의 가상마을에서 살아가는 게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은 적을 무찌른다든지 어느 지점에 도착한다든지 하는 목표가 있는 데에 반해서 이러한 게임에는 목표가 없다. 마치 일상적으로 살아가듯이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가상 마을 게임은 전자 공동체와 유사하지만, 자신이 가공의 인물을 설정하고 그 인물이 일상적 행위를 조작하여야 한다는 면에서 게임의 요소가 강하다. 그런데도 가상의 마을에 들어선 사람들은 자신이 설정한 인물에 맞게끔 행위하고 살아가고, 사람들 사이의 인간관계는 현실 세계와 다들 바 없이 진지하다. 이렇듯 다양한 경로로 대화방, 토론방, MUD 게임, 가상마을 등에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의 모습은 실제의 인간관계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다만 참여자 자신이 인물을 설정하기 때문에 그 인물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대면 관계의 총체적 전인과는 다른, 어떤 면이 특별히 강조된 사람이다. 따라서 설정된 행위자의 사회적 지위의 영향력이 강조되어 나타나고, 행위자는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행위에 미치는 영향과 반응을 선별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행위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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