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공간은 컴퓨터 네트워크의 성장을 기반으로 형성되었다. 특히 인터넷, 유즈넷, BBS의 발달을 통해 컴퓨터는 정보의 저장과 처리뿐만 아니라 정보와 의견의 교환을 동시에 담당하는 종합적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등장하였다. 이와 함께 컴퓨터 네트워크는 사람들이 그것을 통해 관계를 맺어가는 사회적 공간으로 성장하였다. 인터넷의 성장은 컴퓨터 네트워크가 사회적 공간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원래 아르파넷은 자료 교환을 위한 네트워크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아르파넷의 초기부터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현상이 나타났다. 아르파넷은 떨어진 거리에 있는 자료를 교환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네트워크의 이용자들은 자료보다는 개인적 메시지를 교환하는 전자우편으로 아르파넷을 훨씬 더 많이 사용했다. 사람들은 네트워크를 운영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전자우편을 통해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네트워크에 관한 문제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자기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거나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고, 학교와 하계의 사정, 특정한 사람의 근황 등 전문 분야에서 자신 주변의 일까지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를 전자우편을 통해 나누었다. 이제 사람들은 컴퓨터를 계산을 위한 수단보다는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편, 인터넷은 네트워크 운영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을 실험해 보기에 안성맞춤이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창의적이며 실험 정신이 강한 대학의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더 나은 네트워크로 만들고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원을 공유하며, 서로 협조하는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갔다. 이제 인터넷은 기술적으로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많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사람들에 의한, 사람들을 위한 네트워크가 된 것이다. 한판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아르파넷은 국방부에서 지원받았기 때문에 전혀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아르파넷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10만 달러와 새로운 네트워크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 비용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아르파넷에 연결되지 못한 대학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1979년 미국 동남부 듀크 대학의 대학원 학생인 트루 스콧과 엘리스는 이웃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대학원 학생 벨로 빈과 함께 유닉스 사용자의 네트워크인 유즈넷을 만들었다. 유즈넷은 전자우편과 전자게시판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다음 해인 1980년 여름에 뉴저지의 벨 연구소와 오클라호마 대학, 캘리포니아의 버클리 대학이 유즈넷에 연결되었다. 특히 버클리 대학과의 연결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버클리 대학은 아르파넷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유즈넷은 자연히 아르파넷과 연결되었다. 유즈넷은 아르파넷과 연결됨에 따라 단번에 많은 컴퓨터와 연결되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1980년대 초에 빠른 속도로 대학에 보급되었다. 유즈넷이 이렇듯 빠르게 보급된 이유는 유즈넷의 기능적 특징인 전자게시판과 유즈넷의 민주적이며 열린 운영 원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즈넷의 전자게시판은 다양한 주제의 뉴스그룹이라는 소그룹의 집합체이며, 각 뉴스그룹은 주제별 전자게시판과 유사하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뉴스그룹에 접속하여 게시된 글을 읽고, 자신의 글을 뉴스그룹에 올리거나, 그 글을 쓴 사람에게 전자우편을 보낼 수 있다. 유즈넷의 전자게시판은 여러 사람이 하나의 문제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자 할 때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이런 경우 유즈넷의 전자게시판은 아르파넷의 메일링 리스트 방식에 비해 기능적으로 우월했기 때문에 아르파넷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아르파넷과 달리 유즈넷은 처음부터 중앙에서 통제하는 조직이 없이 민주적인 형태로 운영되었다. 뉴스그룹의 주제 선정은 대체로 제약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뉴스그룹은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게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았다. 개별 뉴스그룹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따로 그들만의 뉴스그룹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회의를 통해 유즈넷을 관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결정 사항은 새로운 뉴스그룹을 추가하거나, 별로 이용이 없는 뉴스그룹을 삭제하는 것이었다. 유즈넷의 성장에 많은 대학의 젊은이들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유즈넷이 더욱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으며, 이를 네트워크에서 실험해 보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작업을 하였다. 유즈넷의 전자게시판은 여러 사람이 협조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편리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에션 수단이었다. 유즈넷의 성장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며, 서로 협조하고, 더 나아가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노력하는 네트워크 문화의 형성과 함께 이루어졌다. 컴퓨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형성된 자발적이며 호혜적인 인터넷의 문화는 유즈넷을 통해 보다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도 지속해서 형성되어 갔다. 한편, 유즈넷에 글을 게시하는 것은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사람들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즉 유즈넷에 글을 게시하는 것은 공공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이다. 유즈넷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 의논하고, 계획을 세우고, 질문하고, 응답하고, 도움을 얻고, 도움을 주는 공공의 장소, 즉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더 나아가서 유즈넷은 물리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보편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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